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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거/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Mare Of Easttown , 2021

기미갤에 추천글 우연히 보고 발견. 

 

HBO. 요즘 미드들 질이 대체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음. 특히 넷플릭스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엔 믿고 보는 HBO였는데 최근엔 HBO도 타율 떨어지는 느낌이라 큰 기대는 안 했음. 와치맨, 웨스트월드,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레프트오버, 이어지&이어지 다 졸작. 

 

 

편당 50~60분 분량. 7화로 마무리. 

 

1화 보고 느낌 와서 6화까지 몰아서 봐버리고 마지막인 7화만 기다렸음. 한국어 자막은 1화까지밖에 안 나왔었는데 전문용어나 현학적인 표현 거의 안 나오고 대사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 영자막으로 봄.

 

오랜만에 재밌게 본 시리즈. 띵작급까진 아니지만 이 정도 수작도 요즘엔 되게 드물다.  

이런 거 보면 한국 드라마는 자본 탓만 할 때가 아님. 

꼭 멋진 세트에 화려한 CG에 뭐 크게 때리고 부수고 촬영, 편집 기막히게 돈 때려박아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님.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도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수작을 만들어낼 수 있음. 그냥 작가들 자질이 부족한 거지. 

 

 

미국 동북부 한적한 마을에서 젊은 여자들이 실종되고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동네 경찰인 주인공 메어가 수사하는 이야기. 본명이 메리언이고 줄여서 메어인가. 

작품에서 동네가 어디에 위치한다는 언급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지막 에피에 메이킹 영상 보니 델라웨어에서 찍었다고 함. 

 

등장인물들 되게 많은데 주인공 포함 조연들까지 발달이 잘 돼있음. 배우들 연기 다 좋았음. 

사건 어디로 튈지 가늠 안 되고. 나름 반전의 반전의 반전. 

가이 피어스가 반전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실패. 이런 잘 알려진 배우가 이렇게 사용된다고? 조용한 마을에 온 외지인이라서 흑막 느낌 물씬 풍겼는데. 

 

메어가 사건을 조사하며 그녀와 마을 사람들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

아들이 2년 전 자살. 아들은 어릴 때부터 틱이랑 아스퍼거였나 아무튼 정신병 앓다가 커서 마약 중독자가 됨. 같은 약쟁이랑 결혼해서 아들도 하나 낳음. 손자는 할머니인 메어가 돌보는 중.

며느리는 마약 치유 센터에 있다가 나와서 자기 아들 되찾아가겠다고 양육권 소송 걸음. 메어가 그걸 막으려고 마약을 며느리한테 심어놓다가 서장한테 걸려서 정직 당함. 그 와중에도 수사는 계속함. 

전 남편인 프랭크는 자기 바로 뒷집에서 살고 다른 여자랑 재혼하겠다고 함. 그래도 둘 사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편. 

딸은 레즈비언. 얘도 자기 오빠의 자살을 처음으로 목격해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 나중에 메어에게 감정을 다 토해놓고 어느 정도 회복. 

아빠는 우울증으로 자살. 자기 아들도 정신병 앓다가 자살. 손자도 어릴 때부터 틱 증상을 보이고 있고 아빠나 아들처럼 될까봐 걱정 중. 

작은 동네라 마을 사람들이랑 다 잘 알고 가깝게 지냄. 어릴 때 농구로 기적을 만들어내서 모교의 자랑. 

동창생의 딸이 실종된 지 오래됨. 애 엄마는 경찰이 똑바로 수사 안 한다고 생각해서 동조자들과 함께 경찰에 대해 시위를 하고 언론도 경찰을 압박함. 친구는 경찰인 메어를 원망 중. 

자기 아들의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도 제대로 소화 및 극복하지 못하고 곧바로 사건에 사건을 이어받아서 조사 중이라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에 몰림. 

 

과연 연쇄살인인가? 범인은 누구인가? 동기는 무엇인가? 전 남편 수상한데? 목사도 수상한데? 아동성애자 성직자? 살해된 여자애가 낳은 애의 아빠는 누구? 전화로 돈 요구하는 애는 대체 누굴까? 남자친구 알리바이가 무너졌네? 메어의 사촌인 목사도 수상한데? 

모든 에피소드가 클리프행어로 끝남.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장치들. 

 

 

결말. 연쇄 살인 사건은 아니었음. 살해돼서 개울에서 발견된 에린은 기존의 실종 사건들이랑 범인이 다른 사건.

매춘부들만 납치해서 자기 집 다락방에 가둬놓는 싸이코가 따로 있었음. 걔는 메어한테 꼬리 밟혀서 잡힘. 과정에서 도시에서 온 형사 사망. 메어랑 이어지는 분위기였는데. 

 

에린을 죽인 범인은 에린의 사촌인 라이언이었음. 얘가 작품 내내 수상한 기색을 보이던 게 복선.

자기 아빠가 전에 바람 피워서 자기 가정이 불안정함을 느낌. 겨우 부모님이 재결합했는데 또 에린이랑 바람 피우는 걸 알게됨. 또 가족 박살날까봐 에린한테 겁만 주려고 했는데 에린이 총 뺏으려고 하다가 실랑이가 벌어지고 라이언이 실수로 쏴서 죽여버린 거. 

총은 1화 도입부에 나오던 그 할배-할매네 집에서 라이언이 잔디 깎는 알바를 하다가 할배가 야외 헛간에 총 보관하는 걸 알게돼서 그걸 훔친 것. 나중에 그걸 다시 제자리에 돌려놨는데 할배가 그걸 눈치채고 메이한테 말했고 특이한 총기가 정확히 일치해서 메어가 냄새 맡고 라이언을 잡아냄. 

 

라이언의 아빠랑 삼촌은 라이언을 지켜주기 위해 자기들이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던 것. 그래도 아빠는 자기 동생이 못 믿음직스러웠는지 산에서 죽이려다가 메어가 와서 실패. 결국 진실을 자백함. 

에린의 애의 아빠는 존이었음. 가족 모임에서 에린이랑 키스하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이어감. 에린이 자기 아들 귀 수술비를 달라고 하고 안 주면 다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시작. 그 문자를 존 아들이 보고 자기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일을 벌이다가 사고가 터진 것.  

엄마도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됐는데 자기 아들 지키려고 메어에게 거짓말을 함. 아들 잡혀가고 메어를 원망하고 인연을 끊지만 나중에 다시 화해. 

라이언은 소년원에 감. 

 

존은 아들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 감. 자기 아내한테 자기가 에린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DJ를 입양하라고 해서 아내가 입양함. 

며느리랑 양육관 관련 소송 중 며느리가 포기함. 자기가 다시 마약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들을 메어한테 맡김. 자기는 다시 마약 중독 치료 센터 들어간다고. 아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주기 위해. 

딸은 서부 쪽 명문대학으로 떠남. 버클리라고 했던가. 

전 남편은 행복하게 재혼. 

연인인 리차드도 다른 지역 대학으로 1년 계약.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하고 떠남. 

성추행 혐의를 받던 목사는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설교. 

엄마가 어릴 때 모질게 대했던 것도 다 미안하다고 털어놓음. 

 

그렇게 주변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평화를 되찾은 메어의 집. 손자랑 같이 침대에 누워있다가 아들이 자살한 이후 한 번도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다락방을 들어가며 작품 끝. 아들의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걸 보여줌. 

 

 

 

앵거리 라이스가 이상하게 눈에 자꾸 들어옴. 이렇게 분량 많을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보는데, 아마 레즈비언 캐릭터라 그 연애 이야기 때문에 할당량 좀 더 받은 느낌.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처음 알게 된 배우. 매혹 당한 사람들, 나이스 가이즈, 블랙 미러에서도 괜찮게 봄. 다른 작품들도 더 찾아보고 싶어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도시에서 온 형사 역으로 나온 에반 피터스. X맨 리부트 시리즈의 퀵 실버. 완다비전에 나온 애. 

 

케이트 윈슬렛 작품도 더 찾아봐야겠다. 연기력, 존재감 묵직하네. 

 

암투병 환자, 다운 증후군 같은 무거운 소재도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내는 게 좋았음. 한국에선 한 20년 더 지나야 가능하려나.